풀코스 아닌 10K 러닝, 초보가 반년 뛰어보고 얻은 교훈 — 페이스·케이던스·수분
작년 10월, 회사 동료가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인증샷을 단톡에 올렸습니다. 그때 제가 괜한 자극을 받아서 "나도 마라톤 뛸래"라고 선언했죠. 그런데 막상 앱을 깔고 뛰어보니 1km 넘어가는 순간 허파가 터질 것 같았습니다. 42km는커녕 동네 한 바퀴도 제대로 못 돌았어요. 그 순간 현실을 깨닫고 목표를 10K로 내렸습니다. 자존심에 금이 갔지만 지금 돌아보면 잘한 선택이에요.
이 글은 그 이후로 반년 동안 10K를 목표로 훈련하면서 제가 배운 것들입니다. 러닝 유튜브에서 "초보는 이렇게!" 같은 얘기 많이 들었는데, 솔직히 대부분 현실과 괴리가 있었어요. 제가 몸으로 부딪혀 얻은 진짜 교훈을 공유합니다.
첫 번째 실패 — 페이스 조절
첫 주에 저는 뛰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10km 뛰려면 한 4~5분 페이스(1km당 시간)는 돼야 할 거야." 그래서 처음 1km를 4분 30초에 뛰었습니다. 결과는? 1.5km 지점에서 숨이 막혀 걷기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이에요.
초보한테 적정 페이스는 대화가 가능한 속도입니다. 영어로 "talk pace"라고 해요. 옆 사람과 편하게 수다 떨 수 있는 정도의 속도. 이게 거의 대부분의 초보에게 7~8분/km쯤 됩니다. "그렇게 느리게 뛰어도 돼?"라고 의심하실 텐데, 진짜 이 속도로 시작해야 오래 뛸 수 있어요. 초보가 저지르는 1번 실수가 "처음부터 빨리 뛰기"예요. 저도 그랬고 제 주변도 전부 그랬습니다.
케이던스 — 분당 180보의 마법
러닝 유튜브 보다가 "케이던스(cadence)"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분당 몇 보를 디디느냐는 뜻이에요. 엘리트 러너들은 대체로 180~190보/분 수준이라고 합니다. 저는 처음에 150보 정도였어요. 이게 뭐 중요하냐 싶었는데, 의외로 체감이 컸습니다.
보폭을 늘려서 멀리 뛰는 것보다, 보폭을 좁히고 발을 빨리 굴리는 게 부상이 적고 덜 힘듭니다. 180보/분이 왜 마법의 숫자냐면, 이 박자에서 착지 충격이 가장 효율적으로 흡수된다는 연구가 있어요. 저는 180BPM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서 그 박자에 발을 맞춰 뛰는 연습을 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한 달쯤 지나니까 몸에 배더라고요. 그 뒤로 무릎 통증이 거의 없어졌어요.
수분 섭취에 대한 오해
"물을 자주 마셔라"라는 말은 들었는데, 뛰는 중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안 알려줬습니다. 제 경험으로 정리하면 이래요.
- 뛰기 1시간 전: 물 300~500ml. 뛰기 직전에 마시면 속이 출렁여서 힘듭니다.
- 뛰는 중(30분 이하): 안 마셔도 됩니다. 10K 정도면 대부분 물 없이 가능해요.
- 뛰는 중(1시간 이상): 중간에 150~200ml씩. 한 번에 많이 마시면 옆구리 결림 옵니다.
- 뛴 직후: 이온 음료 또는 물+소금 살짝. 땀으로 빠진 전해질 보충.
저는 처음에 물통을 들고 뛰었는데, 그것만으로 팔 밸런스가 무너져서 자세가 엉망이 됐어요. 요즘은 러닝 벨트나 허리에 차는 보틀을 많이 씁니다. 10K 이하면 뛰기 전에 마시고 뛰는 게 제일 편해요.
💧 주의. 여름철 10K를 뛴다면 반드시 중간 급수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한강변 같은 코스엔 식수대가 설치돼 있으니 동선에 끼워 넣으세요. 저는 작년 7월에 물 없이 뛰었다가 6km 지점에서 현기증이 와서 벤치에 앉아 20분 쉬었습니다. 여름은 안 만만해요.
부상 예방 — 이거 하나만 기억하세요
초보가 부상 당하는 이유 1위가 너무 빨리 거리를 늘리는 것입니다. "10% 규칙"이라는 게 있어요. 주당 훈련 거리를 10%보다 많이 늘리지 말라는 원칙입니다. 이번 주에 20km 뛰었으면 다음 주에는 22km까지만.
저는 이걸 무시하고 3주 만에 주간 거리를 두 배로 늘렸다가 정강이 통증(shin splint)이 왔습니다. 병원 가서 "러닝 쉬세요" 소리 듣고 2주 동안 한 발짝도 못 뛰었어요. 그 2주 동안 기분이 정말 더러웠습니다. 거기서 배운 건 조바심은 항상 비싸게 돌아온다는 거예요.
스트레칭 얘기도 좀 하자면, 저는 원래 뛰기 전에 하체 스트레칭을 빡세게 했어요. 근데 최근 연구에선 뛰기 전 정적 스트레칭은 오히려 부상 위험을 높인다고 합니다. 대신 뛰기 전엔 가벼운 조깅이나 다리 흔들기 같은 동적 워밍업을, 뛴 후에 정적 스트레칭을 길게 하는 게 맞아요. 저도 이걸 바꾼 뒤로 다리 피로가 덜합니다.
10K 도전하는 초보를 위한 8주 플랜
제가 반년 동안 몇 번 돌려본 훈련 플랜입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건 아니고, 저한테 잘 맞았던 걸 정리한 거예요.
- 1~2주차: 걷기+뛰기 교대. 2분 뛰고 1분 걷기, 이걸 30분 반복. 주 3회.
- 3~4주차: 쉬지 않고 20~30분 뛰기. 속도는 "대화 가능" 수준.
- 5~6주차: 5km 쉬지 않고 뛰기. 한 번 뛸 때 거리를 조금씩 늘리기.
- 7주차: 8km 도전.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연습.
- 8주차: 10K 완주. 대회 페이스로.
여기서 중요한 건 주 3회를 건너뛰지 않는 것입니다. 너무 피곤해도 20분이라도 뛰는 게 주 2회보다 훨씬 효과적이에요. 러닝은 꾸준함이 실력이고, 실력은 시간을 거름으로 자랍니다.
장비 얘기 — 러닝화는 아끼지 마세요
솔직히 처음엔 제가 가진 일반 운동화로 뛰었어요. 3주 만에 발목이 아프기 시작해서 그제야 러닝 전용화를 샀습니다. 차이가 컸어요. 러닝화는 쿠셔닝이 다릅니다. 착지 충격을 흡수해주는 정도가 일반 운동화와 비교가 안 돼요.
저는 개인적으로 러닝화 하나에 10만 원 정도는 쓰는 걸 추천합니다. 너무 저가는 쿠션이 금방 꺼지고, 너무 고가는 초보한테 과잉이에요. 그리고 러닝화는 대략 600~800km 뛰면 교체해야 한다고 해요. 쿠션이 죽거든요. 저는 몇 달 전에 이걸 몰라서 낡은 신발 계속 신다가 또 부상났습니다.
마무리 — 10K 완주의 감상
첫 10K를 완주했을 때 시간이 1시간 8분이었습니다. 빠른 기록은 아니지만 반년 전에 1.5km도 못 뛰던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면 스스로 뿌듯했어요. 그날 같이 뛴 친구가 "이게 시작이야"라고 했는데, 그 말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풀코스는 여전히 제 목표 어딘가에 있어요. 서두르지 않고 한 번에 하프(21km)까지 올려볼 생각입니다. 풀코스는 그 이후에요. 러닝은 서두르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는 스포츠라는 걸 이젠 알아요.
혹시 지금 "풀코스는 무리고 10K도 자신 없어"라고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일단 2분 뛰기부터 시작해보세요. 2분이 3분이 되고, 3분이 5분이 되는 순간이 분명 옵니다.
대회 일정을 한눈에 보고 싶으신가요?
마라톤 대회 일정 달력에서 날짜·지역·거리별로 필터링하고 바로 접수하세요.
처음 10K 대회에 나가려면 얼마나 준비해야 하나요?
평소 운동을 거의 안 했다면 최소 8주, 안전하게는 12주 정도 훈련하는 걸 권합니다. 무리하게 대회 날짜 맞추려고 거리를 늘리는 게 부상의 지름길이에요. 제 경우도 처음엔 6주 안에 대회 나가려다 포기했습니다.
케이던스는 꼭 180보/분이어야 하나요?
그게 절대 기준은 아닙니다. 키나 체격에 따라 달라요. 키가 크면 170대, 작으면 190대가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본인 페이스에서 편안한 최적 케이던스를 찾는 거예요. 180은 평균적 가이드라고 보면 됩니다.
비 오는 날엔 어떻게 하나요?
가벼운 이슬비는 뛸 만합니다. 오히려 시원해서 좋아요. 다만 천둥번개가 치거나 폭우일 땐 실내 러닝머신으로 대체하는 게 안전합니다. 저는 한 번 빗속에서 뛰다 미끄러져서 손바닥이 까졌어요.
본 콘텐츠는 2026년 4월 기준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대회 일정 및 접수 정보는 주최 측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부상이나 건강 문제는 전문 의료기관과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