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 마라톤 첫 도전 — 8주 훈련 일지와 페이스 변화 그래프
저는 평생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학교 체육 시간 외에는 1km 도 자발적으로 뛴 적이 없습니다. 그런 제가 작년 9월에 동료 권유로 갑자기 10K 마라톤에 신청해버렸어요. 대회 날까지 정확히 8주 남아 있었고, 그 8주 동안 어떻게든 뛸 수 있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완주는 했어요. 기록은 1시간 8분 22초. 빠른 기록은 아니지만 제 인생의 첫 10K 완주였고, 8주 동안의 훈련 기록을 정리해봤습니다.
출발 지점 — 1km 뛰고 헐떡거리던 사람
훈련 1일차에 일단 동네 트랙에 갔어요. 처음엔 가볍게 1km 만 뛰어보자 했는데, 500m 지점에서 숨이 차서 걸었습니다. 솔직히 좀 충격이었어요. 28살 남자가 500m도 못 뛰는 게 그렇게까지일 줄은 몰랐어요. 첫날 결과: 1km 를 7분 40초로 걸었다 뛰었다 반복.
1~2주차 — "걸어도 좋다, 일단 매일"
인터넷에서 본 초보 마라톤 가이드를 따라했어요. 일주일에 3~4번, 30분씩 트랙으로 나가는 것. 처음엔 30분 동안 절반 이상은 걸었습니다. 그래도 매일 갔어요.
이때 가장 큰 변화는 신체보다 심리 였습니다. 2주차 끝날 무렵, 3km 정도는 멈추지 않고 천천히 뛸 수 있게 됐어요. 절대로 빠른 속도는 아닙니다. 1km 에 8분 정도. 그래도 안 멈추고 뛸 수 있다는 자체가 자신감을 줬어요.
3~4주차 — 첫 부상 위기
3주차 중반에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정확히는 오른쪽 무릎 바깥쪽.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ITBS(장경인대증후군) 비슷한 증상이라고 합니다. 이때 진짜 망연자실했어요. "여기서 그만두면 대회 못 나가는데."
이틀 휴식 + 폼롤러 마사지 + 보폭 줄이기로 그럭저럭 회복했습니다. 알고 보니 제 보폭이 너무 컸어요. 본능적으로 큰 보폭으로 뛰면 빠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충격이 무릎으로 전달돼서 부상이 났습니다.
"빠르게 가려면 작게 자주" 라는 원칙을 이때 처음 체득했어요. 보폭을 줄이고 빠른 케이던스(분당 발걸음 수, 보통 170~180 이상)를 유지하는 게 부상 예방에 효과적이었어요.
5~6주차 — 5K 완주, 페이스 안정
5주차 주말에 처음으로 5km 를 멈추지 않고 뛰었어요. 페이스는 1km 당 6분 50초. 굉장히 느린 페이스지만 멈추지 않은 게 컸어요. 6주차에는 7km 까지 도달했습니다.
이 시점부터 단순 거리뿐 아니라 페이스 가 의미 있어졌어요. 같은 7km 를 어제는 6:50/km, 오늘은 6:30/km 로 뛰면 다른 운동입니다. 천천히 길게 뛰는 LSD(Long Slow Distance) 와 짧고 빠르게 뛰는 인터벌을 일주일에 한 번씩 섞었어요.
7주차 — 10K 시험 주행
대회 1주 전에 10km 를 한 번 시험 주행했어요. 결과는 1시간 12분, 페이스 7:12/km. 본 대회보다 4분 정도 느렸지만, 이때 "아 일단 완주는 되겠다" 는 확신이 생겼어요. 시간이 빠르냐 느리냐보다 "끝까지 갈 수 있느냐" 가 첫 도전에서는 훨씬 중요했어요.
대회 당일 — 알게 된 것들
대회 당일에 알게 된, 훈련에선 몰랐던 것들이에요.
- 출발 직후 너무 빨리 뛰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 페이스에 끌려가요. 첫 1km 를 평소 페이스보다 30초 빠르게 뛰었더니 3km 부터 다리가 무거워졌어요.
- 급수대는 무조건 들러라. 첫 급수대에서 "괜찮아, 마실래" 하고 지나쳤는데, 7km 지점에서 진짜 갈증이 와서 후회했어요.
- 고도차가 생각보다 크다. 한강변 코스라 평탄해 보였는데 다리 한 번 건널 때마다 살짝씩 오르막이 있더라고요. 그게 누적되니까 8km 지점부터 다리에 부담이 왔어요.
- 마지막 1km 가 가장 길게 느껴진다. 9km 표지판을 보고 "거의 다 왔다!" 했는데 거기서 결승선까지가 평생처럼 길었습니다.
실제 페이스 그래프
대회 1km 구간별 페이스를 정리하면 이렇게 됐어요.
- 1km: 6:18 (너무 빠르게 출발)
- 2km: 6:38
- 3km: 6:52
- 4km: 7:01
- 5km: 6:57 (급수 후 회복)
- 6km: 7:08
- 7km: 7:14
- 8km: 7:22
- 9km: 7:18
- 10km: 6:42 (라스트 스퍼트)
이상적인 페이스 분배는 첫 절반보다 후반이 같거나 약간 빠른 "네거티브 스플릿" 이라는데, 저는 전형적인 초보 패턴(처음에 빠르고 점점 느려짐) 이었어요. 다음 도전에서는 출발 페이스를 더 보수적으로 잡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8주 동안 실제로 효과 있었던 것
- 주 3~4회의 일관성. 한 번에 길게 뛰는 것보다 자주 짧게 뛰는 게 훨씬 컸어요.
- 케이던스 모니터링. 워치로 분당 발걸음 수를 보면서 175 정도 유지하려고 한 게 부상 예방에 결정적이었습니다.
- 주 1회 휴식일을 진짜로 쉬기. 처음엔 죄책감 들었지만 휴식이 다음 훈련 질을 결정했어요.
별 효과 없었던 것
- 비싼 러닝화 미리 사기. 첫 도전에서는 굳이 필요 없었어요. 5만원대 입문 모델로 충분했습니다.
- 유튜브 영상 보는 것. 한 시간 본다고 1km 도 안 뛰어요. 그 한 시간에 그냥 산책이라도 한 게 더 컸어요.
정리
10K 첫 완주의 가장 큰 수확은 기록보다 "나도 8주만 매일 하면 뛸 수 있구나" 라는 자기 발견이었어요. 마라톤이 특별한 사람의 종목이라고 생각했는데, 평범한 사람도 일정만 잘 짜면 도전 가능한 운동이었습니다.
다음 목표는 하프(21km) 인데, 이건 거리뿐 아니라 영양·페이스 관리가 훨씬 까다로워질 거라 4~5개월은 잡고 준비할 예정이에요. 첫 10K 도전을 망설이는 분께 한 마디만 드린다면, "500m 도 못 뛰던 저도 8주 만에 완주했어요. 일단 시작하셔도 됩니다."
본 콘텐츠는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며, 일반화된 사실이나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본인의 상황에 맞춰 참고만 해 주세요.
올해 마라톤 대회 일정 확인
2026년 국내 마라톤·러닝 대회 달력. 풀코스·하프·10K 일정을 한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