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1년 — 가나비로 매일 10분, 실제로 늘었는지 자가 점검
가나비는 제가 일본어 단어 외우는 게 너무 지루해서 직접 만든 게임이에요. 산성비 스타일로 하늘에서 일본어 단어가 떨어지고, 한글 뜻을 입력해 떨어뜨리는 방식이에요. 만들 때는 그냥 본인용 토이 프로젝트였는데, 1년 동안 매일 10분씩 해본 결과를 정리해봤습니다.
1년 전 시작 시점에 저는 JLPT N4 정도였어요. 히라가나·가타카나 다 읽을 수 있고 기초 문법은 알지만, 어휘량이 1,500단어 정도였습니다. 1년 후 모의고사를 풀어봤더니 어휘 점수가 N3 수준으로 올라와 있더라고요. 실제로 효과는 있었는데, 한계도 분명했어요.
1년 동안의 패턴
대부분 출근길 지하철에서 10분, 자기 전에 5분 정도. 매일 빠짐없이 한 건 아니고, 365일 중 290일 정도 했어요. 그 정도면 80% 출석 정도입니다.
게임 자체는 단순합니다. 단어가 떨어지고, 뜻을 한글로 입력하면 폭발해서 사라져요. 떨어지는 속도는 처음엔 느렸다가 점점 빨라집니다. 10분 한 판에 대략 100단어 정도 처리한다고 보면 돼요.
3개월 — "익숙한 단어"가 늘어났다
처음 3개월은 매번 비슷한 단어가 자주 나오는 걸로 시작했어요(N5/N4 빈출 단어). 학교, 시간, 가족, 음식, 날씨 같은 기본 어휘들. 이런 단어들은 처음엔 0.5초 정도 멈춰서 뜻을 떠올렸는데, 한 달쯤 지나면 거의 자동으로 손이 움직였습니다.
이 시점이 가장 즐거웠어요. "어, 나 일본어 단어 좀 아네?" 싶은 자아 효능감이 컸습니다.
6개월 — 정체기와 단어 함정
6개월쯤 됐을 때 모의고사 한 번 풀어봤더니, 어휘 점수는 분명 올랐는데 독해 가 안 늘었어요. 단어를 봐도 문장 안에서 의미를 잡는 게 어려웠습니다.
이게 게임 학습의 큰 한계였어요. 가나비는 단어 → 한글 뜻 매핑을 빨리 만드는 데에는 좋은데, 문맥 안의 의미·뉘앙스·문법적 활용 은 못 가르쳐줘요. 단어를 알아도 "とる" 라는 동사가 문장에서 "잡다, 찍다, 받다, 먹다" 중 어느 뜻으로 쓰였는지 헷갈리는 일이 계속 생겼습니다.
그래서 6개월 차부터는 가나비 5분 + 일본어 단편 독해 10분으로 패턴을 바꿨어요. 단어를 빨리 떠올리는 능력이 있어야 독해 속도가 올라가니까, 두 가지가 보완 관계였습니다.
9개월 — 가나비 단어 풀이 다 외움
제가 만든 게임이라 어느 시점에 단어 풀이 데이터가 거의 다 노출되더라고요. N4~N3 사이 약 2,500단어를 등록해뒀는데, 9개월쯤 됐을 때 떨어지는 단어 중 80% 가 "이미 본" 단어였어요. 새로운 자극이 없으니 학습 효과가 둔해졌습니다.
그래서 단어 풀이 자체를 한 번 업데이트했어요. JLPT N3/N2 단어 2,000개를 추가했습니다. 이 시점부터 다시 학습 곡선이 살아났어요. 같은 도구라도 풀에서 새 자극이 안 나오면 그래프가 평평해진다 는 걸 직접 확인한 셈이에요.
1년 후 자가 점검 — JLPT 모의고사
1년 끝나고 JLPT N3 모의고사를 시간 재서 풀어봤어요.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어휘: 80% 정답률 (N3 수준 충분)
- 문법: 55% (N3 합격선 살짝 아래)
- 독해: 68% (N3 합격선 부근)
- 청해: 측정 안 함
어휘가 가장 잘 늘었고, 문법이 가장 안 늘었어요. 이건 가나비라는 도구의 특성을 보여주는 결과예요. 단어 자극에 특화되어 있으니까요.
게임 학습이 잘 통하는 경우 / 안 통하는 경우
1년 해보면서 깨달은 학습 도구로서의 가나비의 강·약점:
잘 통하는 경우
- 이미 기초 문법은 알고 있고, 어휘량을 빨리 늘리고 싶을 때
- 책 펴고 공부하는 게 부담스러운데 매일 5~10분은 가능할 때
- JLPT 같은 단기 시험 준비에서 어휘 파트만 보강할 때
안 통하는 경우
- 완전 처음 시작하는 사람 — 히라가나·가타카나 모르면 게임 진행이 안 됨
- 회화·작문이 목표 — 단어 뜻만 안다고 말이 나오진 않습니다
- 문법 약점 보완 — 게임이 가르치기 적합한 영역이 아니에요
도움 된 보조 학습
가나비랑 같이 했더니 효과 좋았던 것들이에요.
- 일본어 자막 켜고 일본 드라마 보기. 단어를 보는 동시에 듣는 게 청해와 단어를 함께 다듬어줍니다.
- NHK 뉴스 쉬운 일본어판. 일주일에 한 편씩만 읽어도 시사 어휘가 늘어요.
- 일본어 트위터 팔로우. 짧고 자주 보기 쉬워서 노출 빈도가 높아집니다.
정리
1년 매일 10분이라는 작은 투자로 어휘량이 의미 있게 늘었고, JLPT 점수도 N4 → N3 권에 안착했어요. 다만 게임이 일본어 학습의 전부일 수는 없고, 특히 문법·독해·회화는 다른 매개체가 꼭 필요합니다. "게임으로 일본어 다 배웠다" 같은 광고는 좀 과장이 있다는 인상이고, "어휘 보조 도구로는 효과 있다"가 더 정직한 평가라고 생각해요.
본 콘텐츠는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이며, 일반화된 사실이나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본인의 상황에 맞춰 참고만 해 주세요.
가나비, 1분만 해볼까?
하늘에서 떨어지는 일본어 단어를 한글 뜻으로 받아치며 어휘를 늘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