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300타에서 500타까지 — 한 달 동안 저한테 먹혔던 방법들
저는 코딩할 때 주로 영문을 치고, 한글은 메신저나 문서 작성 정도에서만 써서 한글 타자 속도가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올해 초에 블로그에 글을 자주 쓰면서 타자 속도가 발목을 잡더라고요. 생각은 앞서 나가는데 손가락이 따라오지 못해서 문장 구성이 중간에 자꾸 끊겼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제대로 연습해 봤어요. 시작할 때 사이트에서 잰 게 평균 310타였고, 한 달 후쯤 490~510타 정도에서 안정됐습니다. 이 글은 그 한 달 동안 제가 실제로 써본 방법들과, 생각보다 별로 안 먹혔던 것들을 같이 정리한 내용이에요. 참고로 저는 두벌식 사용자입니다.
첫 번째 큰 발견 — 키보드 쳐다보는 버릇
제가 300타에서 한참 머물렀던 이유가 뭐였는지 아세요? 놀랍게도 키보드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버릇이었어요. 제 자신은 전혀 몰랐는데, 영상 통화 중에 친구가 "너 왜 키보드 자꾸 봐?"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저는 ㅃ, ㅉ 같은 쌍자음을 칠 때, 그리고 숫자 칠 때 거의 반사적으로 키보드로 눈이 내려갔어요. 평소에 얼마나 자주 그러는지는 본인이 제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것만 고쳐도 한 주에 50타는 올라가요. 진짜예요.
두 번째 — 자주 치는 단어를 통으로 외우기
타자 연습 사이트에서 한 글자씩 또박또박 치는 연습을 한참 했는데, 그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던 게 자기가 자주 쓰는 단어를 통째로 손에 익히는 것이었어요. 저 같은 경우 블로그를 쓰니까 "그런데", "저는", "있어요", "같은", "합니다" 이런 단어들이 한 글에 수십 번씩 등장하거든요.
이런 단어들은 한 글자씩 생각하면서 치면 안 돼요. "저는"은 "저"+"는"이 아니라 하나의 덩어리로 손가락이 기억해야 해요. 이걸 의식하면서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쳐봤더니, 익숙한 단어가 들어간 문장은 거의 60~70타씩 더 빨라지더라고요.
세벌식은 써봤는데 저한테는 안 맞았어요
두벌식보다 세벌식이 빠르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한 2주 써봤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다시 두벌식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유가 두 개인데요.
첫째, 초반 전환 비용이 너무 컸어요. 세벌식을 처음 배울 땐 당연히 속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데, 저는 그 기간 동안 실무에서 글을 써야 해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어요. 퇴근 후 저녁에만 연습해서 일상 타자 속도를 회복하는 데 몇 달은 더 걸렸을 것 같아요.
둘째, 키보드 환경이 바뀌면 혼란스러웠어요. 회사 컴퓨터, 카페 공용 PC, 친구 노트북 등을 쓸 때마다 세벌식 설정이 없어서 매번 두벌식으로 다시 돌아갔는데, 그 왔다갔다하는 게 오히려 속도를 더 깎아먹더라고요. 물론 세벌식이 이론상 더 빠른 건 맞고, 한 자리에서만 일하시는 분이라면 전환할 가치가 있어요. 저처럼 여러 기기를 쓰는 분은 신중히 결정하시면 좋겠어요.
✍️ 작은 팁. 타자 연습할 때 F키와 J키의 돌기를 항상 검지로 느끼면서 치세요. 저는 이걸 모르고 몇 년을 대충 쳤는데, 돌기를 의식하고 나서 홈 포지션이 흔들리지 않게 되니까 오타가 확 줄었어요.
자세 얘기는 저도 반신반의했는데
타자 팁 글에는 항상 자세 얘기가 나와요. 저도 처음엔 "뭐 속도랑 무슨 상관이야?" 했는데, 한 가지는 진짜였습니다. 손목을 책상에 눌러두지 않는 것. 저는 편해 보여서 손목 받침에 손목을 딱 붙여서 쳤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치면 손가락의 움직임 범위가 좁아져서, 특히 바깥쪽 키(ㅃ, ㅒ, Enter 같은 것)로 갈 때 시간이 조금씩 더 걸려요.
손목을 약간 띄워서 손 전체가 움직일 수 있게 해보니까 같은 거리를 더 빠르게 갈 수 있더라고요. 처음엔 손목이 피곤하지만 일주일쯤 지나면 근육이 적응합니다.
속도보다 먼저 고쳐야 했던 것 — 오타율
처음엔 속도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측정해 보니 속도가 빨라질수록 오타율도 무섭게 올라가더라고요. 490타를 쳤는데 정확도가 92%면 실제로 글을 쓸 때는 오타 수정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립니다. 저는 중간에 한 번 "속도 멈추고 정확도 먼저"로 목표를 바꿨어요.
정확도 98% 이상이 나올 때까지 일부러 속도를 70% 정도로 낮춰서 한 주 연습하고, 그 다음에 다시 속도를 올렸어요. 이 순서가 결과적으로 훨씬 빨리 500타에 도달하게 해줬어요.
결국 가장 중요했던 건
솔직히 말하면 한 달 동안 가장 효과 본 건 매일 10분씩 꾸준히 한 것이에요. 주말에 몰아서 한 시간 하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하는 게 훨씬 잘 붙더라고요. 저는 점심 먹고 커피 내리는 동안에 10분, 그게 전부였어요. 근데 그 10분이 한 달이면 5시간이고, 5시간 꾸준히 치면 누구나 100~200타는 올라갑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타자 연습은 자기가 실제로 많이 쓰는 글자 조합으로 해야 의미가 있어요. 저는 블로그 글을 쓰니까 연습 텍스트도 긴 에세이나 소설 한 단락을 따서 썼어요. 코드만 많이 짜시는 분이라면 영문 코드 조각으로 연습하는 게 실전에 더 도움이 됩니다.
수치로 정리해 본 한 달
- 시작: 한글 평균 310타, 정확도 94%
- 1주차: 370타, 91% (속도 먼저 올리다가 정확도가 떨어짐)
- 2주차: 400타, 97% (속도 낮추고 정확도 먼저)
- 3주차: 450타, 96%
- 4주차: 490~510타, 97% 근처에서 안정
2주차에 속도를 일부러 낮춘 게 이 전체 그래프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때 그냥 빠르게만 치려고 했으면 아마 오타에 허우적대면서 한 달 내내 400타 언저리에 머물렀을 거예요.
마치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500타가 되고 나니까 글쓰기가 훨씬 편해졌어요. 생각 속도를 손이 따라오기 시작하면서, 문장을 중간에 끊지 않고 단락 하나를 한 번에 끝까지 쓸 수 있게 된 게 제일 크네요. 타자 속도가 단순히 "더 빨리 친다"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가의 문제더라고요.
혹시 세벌식으로 넘어갈지 고민 중이시거나, 300타에서 막혀 계시는 분이 있으면 메일 한번 보내주세요. 저도 계속 배워가는 중이라 같이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바로 타자 연습을 시작하고 WPM을 측정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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